성경

성경과 싸인 이야기

나는왕자 2006. 3. 18. 15:02

인기 연예인, 인기 스포츠맨 등 "인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따라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특별히 sign 하나를 받기 위해 대문 밖에서 밤을 세우며 기다리는 학생들도 있다니 어쩌면 행복한 사람들이다.


예수님도 인기가 대단했던 분이셨다. 3,000명, 5,000명이 몰려 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한데 예수님은 인기가 많은 시절, sign 하나 남기지 않은 모양이다. 그 때 sign 받아 놓은 것이 있으면 벼락 부자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사람들은 바보였나 보다.


예수님도 글을 쓰실 줄 알았다. 한 여인이 간음의 현장에서 붙잡혀 왔다. 사람들은 돌을 던져 죽여야 하는지를 예수님께 물었다. 그 때 예수님은 땅에 글을 쓰셨다. 땅에 쓴 것은 금새 지워지고 말았다. 예수님은 종이에 흔하디 흔한 sign 하나를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님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sign을 남기셨다. 예수님의 싸인은 그리스도인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는 보혈의 흔적이 아닌가(?)

몇 해 전의 일이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 예쁜 목소리였다. "혹시 이현상목사님 아니세요?" "저를 기억하겠어요? 저는 이춘희집사예요......" 기억을 되살려 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목사님께서 옛날에 경북 상주 지방에 여름성경학교를 다니지 않았어요......?" "그 때 성경학교 마치고 가면서 이름을 적어주고 갔잖아요...."라며 냐의 기억에 도움을 주었다. 그 때서야 옛날 일들이 떠올랐다.

73년부터 76년 사이일 것이다. 그 때 나는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며, 여름이면 경북 지방의 여러 교회들의 여름성경학교를 도왔다. 그 당시 상주, 문경, 영주 등의 경북 지방 시골 교회들은 교역자가 없는 곳이 많았고, 여전도사님들이 독신으로 사역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때는 여름성경학교를 도와 주러 갔다가 한 달 동안 전도사님을 대신하여 교회를 지켜 주기도 했다. 시골교회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나 역시 시골 출신이었고, 주일학교 때 교사가 없다시피 했으니 더욱 그러했다. 고향교회의 여름성경학교는 반드시 내려가서 도왔다.


성경책을 비롯해서 필요한 상품과 물품들을 조금씩 준비하고 하루에 한 두 번 있는 시골 버스를 타고, 어떤 때는 몇 시간을 걸어서 들어가면 파김치가 되다시피 하였지만, 동네 이곳 저곳에 미리 만들어 간 포스터를 붙이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아이들이 조그마한 예배당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면 성경공부도 하고 동화도 들려주고 복음찬송도 가르쳤다. 폼은 나지 않았지만 율동 시간과 레크레이션 시간은 신나는 시간이었다. 융판 설교도 하고 밤에는 환등기를 통해 슬라이드도 보여 주었다. 어떤 때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환등기를 보여주지도 못할 때도 있었다. 여러 가지를 거의 혼자했지만 즐겁기만 했다. 그 때의 복음 찬송은 어린이 전도협회에서 나온 구원찬송과 동요찬송이 거의 전부였다. 그렇게 2-3일간 아이들과 정이 들었다가 헤어질 때는 엉엉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춘희]도 그 아이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포겟용 신약성경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거기에 이름 세 자를 적고 예수님을 잘 믿어야 한다면서 전해 주었던 것 같다. 지금으로 말하면 싸인(sign)을 남겨준 것이다. 그 때 아이들은 싸인해 달라는 것을 몰랐다. 선물로 주는 성경을 받고자 했을 뿐이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났고, 잊고 있었다.

지금 이집사님은 가정을 이루었고 남편(김광복장립집사)과 아들과 딸 두 남매와 함께 인천예일교회에서 봉사하고 있다. 남편의 사업도 잘 되고 있고, 이집사님은 그 옛날 주일학교 시절을 떠올리면서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지난 6월, 여름성경학교를 위한 교사강습회에 참석하면서 남편과 두 아이들을 데리고 왔었다. 처음 본 가족들이지만 결코 낯설지 않았다. 그 날 아들 준영이는 5월 달에 있었던 어린이글짓기대회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예수님"이라는 제목의 글로 금상을 수상하였다.
옛날 이집사님이 특별히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가운데는 목사의 아내, 장로의 아내가 되어 교회를 잘 섬기고 있다는 이야기는 정말 흐뭇했다.


벌써 26-7년이라는 시간의 공간이 훌쩍 지나갔지만 여름성경학교와 작은 신약성경은 이렇게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살게 하고 있음을 생각하며 주님께 감사 드린다.


오늘도 주님이 맡겨주신 어린이들을 위해 땀흘리며 수고하는 주일학교 교사들이 있다. 싸인 받으러 오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교사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어린양 예수의 보혈의 흔적, 예수님의 sign 을 남겨 놓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