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전병두 이사장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사람
가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하는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렇다.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의식주 문제는 기본적으로 해결된다. 이것은 이런 기본적인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이들이 있기 때문에 해보는 말이다.
개인도 돈이 있어야 하지만, 국가도 돈이 있어야 한다. 가난하여 구제나 받는 나라라고 하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 지금부터 40-50년 전만 하여도 우리나라는 정말 가난하였다. 무엇보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인해 폐허화되었고 구제품에 의지하여 나라를 지탱할 수 밖에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런 우리나라가 지금은 세계의 유수한 나라들 틈에 이름을 끼게 되었다. 세계여행을 하다가 보면, ‘코리아’라고 하면 알고 있다는 표시를 해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것은 국가가 부유해졌다는 증거이다.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도무지 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되게 하는 것도 돈이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無錢有罪)’라는 말도 있다. 돈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 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돈이라는 것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돈 때문에 형과 동생이 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나 돈 때문에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이야기,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은 것으로 신고하여 보험금을 타 내어 호위호식하며 산다는 이야기를 비롯해서 최근에는 유능한 국세청장과 같은 국가 공무원이 구속을 당하고, 어느 대학의 총장은 아내가 받은 입시 청탁성 돈 때문에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하였다. 언론에 보도되는 수많은 사고 사건들 중에서 대부분은 돈과 관계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돈이라는 것은 사용하기에 따라서, 또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가에 따라 유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악의 굴레도 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한 외고가 있다.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세워진 학교이다. 이 학교의 입시 문제 일부를 이 학교의 교사 한 분이 입시 전문 학원과 짜고 빼돌려 입시에 부정이 있었다 하여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여기에도 돈이라는 것이 걸려 있다.
그런데 이 학교를 세운 전병두(59)라는 분은 특이한 분 같았다. 보도된 내용들을 토대로 그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분은 6.25전쟁이 터진 그 해에 경기도 포천시 운천면에서 출생하였다. 전쟁 통에 아버지를 잃고 무작정 서울로 피난을 하였다.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였으나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중도에 포기를 하였다. 그리고 서울 청계천에서 장돌뱅이 일부터 시작하였다. 그래서 돈이 조금 모아졌을 때, 공구상을 열었고 공장을 지었다. 지금은 청계천에 ‘록스 기계’라는 공구상을 경영하고 있다. 그의 하루는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오후 7시 30분 퇴근하기까지 면장갑을 끼고 여름에는 런닝구를 입고, 겨울에는 청바지와 기름 때 묻은 점퍼를 입고 공구를 정리하거나 직접 배달을 한다. 그리고 한 때는 큰 목욕탕을 세워 돈을 모았다. 이분은 모을 줄만 알았지 쓸 줄을 몰랐다. 아니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짠돌이’라는 별명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분이 얼마 전에 공장까지 팔아 김포에 땅을 구입하고 학교를 세웠다. 좋은 교사들을 뽑아 학교를 맡겼다. 두 딸과 아들 하나가 있지만 그들에게는 재산을 물려줄 마음이 없고, 학교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 사람은 자신의 가진 것으로 조국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돈의 유혹 앞에 맥을 못 추는 사람도 있지만 요셉처럼 뿌리칠 줄 아는 사람도 많다. 가진 것으로 허랑방탕하는 사람도 있지만 유용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이 사회는 어두운 부분도 있지만 밝다.
이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이 생겼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네 식물을 물 위에 던지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전 11:1)고 하였다. 영원한 미래를 위해 투자할 줄 아는 지혜가 있었으면 한다(마 6:20, 눅 12:33, 12: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