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헤븐(Mrs. Heaven) 이야기
이효진씨가 쓴 ‘네 약함이 축복이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다.
효진씨는 하나님이 자기를 ‘미스 헤븐’으로 지어 주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고 한다.
생후 18개월 되었을 때 펄펄 끓는 주전자를 엎는 바람에 얼굴과 왼손에 3도 화상을 입었던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강원도 삼척 도계 탄광마을에서 고등학교 시절까지 보냈다. 거울 앞에 서기만 하면 흉하게 일그러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 모습이 싫어서 울기도 많이 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친구들로부터 “괴물같다”, “누가 너 같은 애랑 결혼하겠니?”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엄마는 스무 살이 되면 성형수술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스무 살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악착같이 공부만 했다. 그녀가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은 친구들의 놀림을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성형을 하려고 병원을 찾았을 때, 중학생 때 했던 얼굴 화상 재수술의 부작용으로 더 이상의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때부터 다시 세상이 싫어졌다. 친구들이 ‘미팅을 했다’, ‘소개팅을 했다’든지하는 말을 듣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어디에 가면 무슨 재미있는 일들이 있다’ 등의 수다를 떠는 친구들의 말조차 자신에게는 ‘너는 할 수 없어!’라고 하는 비웃음으로 들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그녀는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어’. ‘결혼도, 취직도 못 할 거야’. ‘이렇게 살아서 뭐해. 차라리 세상과 이별을 하자.’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고, 어느 날 100알이나 되는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그렇게 자살 소동을 벌였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네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며 하염없이 울었다. 그 어머니의 눈물 때문에 그녀는 그날 이후로는 살아보겠다고 봄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2002. 10. 12), 그녀는 동생에게서 ‘엄마가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다.’고 하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고향으로 가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자기 때문에 고생만 하신 어머니, 어머니 마음에 대못을 박았으나 용서도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울고 또 울었다. 삶의 버팀목이었던 어머니를 갑작스레 잃고 그녀는 얼마동안 폐인처럼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섯 살 난 조카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라며 그녀를 향하여 두 손을 뻗고 노래를 불러 주었다. 그 노래 소리를 듣고 잃어버리고 살았던 하나님을 떠올렸다. 어머니는 딸이 화상을 입은 후부터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다. 딸이 삶의 끈을 놓으려 할 때도 “지금껏 잘 참았는데, 조금만 더 참자.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며 위로해 주었다. 그때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딸에게 하나님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손때 묻은 성경책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가버린 것이었다.
그 날 이후로 그녀는 변하기 시작했다. 원망과 불평만 가득 차 있던 마음에서부터 감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왜 끔찍한 사고가 났는지 알 수 없지만 저를 죽음에서 건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눈을 지켜주셔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말할 수 있는 입을 주셔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기도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오른손 대신 왼손을 다친 것, 그래서 일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인테리어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실내건축기사 자격증도 따고, 전문가 과정도 이수했다. 건설대학원에 입학해 밤낮 열심히 공부했다. 2000년에는 한국인테리어디자인대전 대상도 받았다. 하지만 취업의 문턱은 높았다. 30번 넘게 면접을 보았으나 떨어졌다.
어머니가 떠난 뒤, 그녀는 어머니가 전해주고 싶었던 하나님을 만났다. 그 때부터 그녀는 건강한 두 다리와 눈, 오른손, 입이 있어서 일할 수 있고 볼 수 있고 노래할 수 있고 기도할 수 있어서 감사하였다. 직장도 얻었고 실전 경험도 쌓았다. 그리고 2007년에는 ‘예인건축연구소’라는 작은 회사를 설립했다. 예인은 ‘예수님이 인도하시는 회사’라는 의미다. 그녀는 하나님을 회장님으로 모셨다.
2008년 2월, 한 집회에 참석하여 말씀을 듣는 중에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숨겨 두었던 상처들에 대해 통회의 기도와 함께 치유함을 받았다. “딸아, 사랑한다. 두려워 말고 놀라지 말거라. 강하고 담대하여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와 함께할 것이다. 너는 내 나라의 홍보대사 ‘미스 헤븐(Miss Heaven)’이 되어 이 땅에 도래한 하나님 나라의 증인이 되어라.” 그녀는 그 순간 자신은 미스코리아보다 더 영광스러운 ‘미스 헤븐’이 되었다고 확신하였다.
결혼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우자를 마음에 그리며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난 다음 2009년 년말 쯤에 ‘미스터 헤븐’이란 제목으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결혼도 하였고, 지금은 네 살 된 딸과 세 살 된 아들을 둔 어머니가 되었다. 그녀는 현재, ‘예인건축연구소’라는 작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주님을 섬기고 있다.
이 세상에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만난 사람들이 많이 있다. 효진씨의 이야기가 아픈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듬어 주었으면 한다. (2015.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