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족에 고마움을 표하는 한 일본 작가를 보며.....
“그때 밥을 나눠 주고 잠자리를 빌려준 이름 모를 한국인들이 없었다면 우리 가족은 지금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작가가 있다. 일본인으로 자신이 한국에서 겪은 체험담을 담고 있는 그가 쓴 [국가의 품격]이라는 작품은 일본에서 지난 해 230여만 부나 팔려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어차노미즈대학교 <후지와라 마사히코(藤原正彦·64)> 교수이다.
최근 그는 동아일보 <서영아> 특파원과의 인터뷰를 하였다(동아일보 2007. 2. 28). 일본의 강점에 대한 우리 민족의 의거였던 삼일절에 인터뷰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았다.
그의 부친 <후지와라 히로토(藤原寬人)>씨는 일본의 아시아 강점기에 만주의 기상대에서 기술자로 근무했다. 1945년 8월 9일, 소련군이 만주로 밀려오자 부친은 당시 26세였던 아내에게 다섯 살, 두 살, 그리고 생후 1개월 된 세 아이를 맡겨 귀국길에 오르게 하였다. 그 둘째가 지금의 <후지와라 마사히코> 교수이다. 그의 어머니는 세 아이만을 데리고 한반도를 종단해 남쪽으로 향하는 멀고 험난한 귀국길에 올랐다. 때로는 쓰레기통에서 감자 껍질을 주워 먹고 산중을 헤매다 농가의 헛간에서 밤을 새우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구걸과 날품팔이로 연명하면서 마침 내 부산에 도착했고 일본으로 가는 송환선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그들이 일본에 도착한 것은 이듬해 9월이었다. 그들은 거의 1년을 한반도에서 보냈다. <후지와라> 교수의 어머니 <데이> 씨는 1949년 그 험난한 귀국과정을 [흐르는 별은 살아 있다]는 제목의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은 한국에서도 1950년대에 [내가 넘은 38선]이란 제목으로, 2003년에는 [흐르는 별은 살아 있다](청미래)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후지와라> 교수는 “어머니는 책에서도, 평소에도 늘 ‘가난한 한국인들의 친절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때 죽은 목숨이었다’며 고마움을 표해 왔답니다. 부자들은 일부 차가운 태도였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슬쩍 밥 한 그릇이라도 나눠주려 했죠.”라고 했다고 한다. 또 “38선을 넘으면서 산중을 헤매던 어느 날, 굵은 비까지 내리자 체온이 떨어져 모두 빈사상태였지요. 어느 농가에서 거지 행색의 저희 식구를 맞아들여 헛간에 새 건초를 깔고 자게 해 줬답니다. 그날 밤 그 집에서 쫓겨났더라면 저희는 모두 죽었을 겁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어렵고 힘들었기 때문에 기억조차 하기 싫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용기라고 생각한다.
<후지와라> 교수의 인터뷰에서의 증언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에서 발간된 [요코 이야기]와 미국 워싱턴 하원위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장(2007. 7. 15)에서조차 "일본이 이미 여러 차례 사과했다고 본다. 언제까지 우리가 과거에 매여 있어야 하는가."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묵살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사람마다 체험한 것이 다를 수 있고 느끼는 것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핏덩이 시절, 한반도에서의 1년여 기간 동안 겪은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들의 친절과 사랑에 감격해 하는 <후지와라> 교수의 말을 보면서 ‘이런 일본인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다소 위안이 된다.
실제로 한국인들 가운데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 일본인에게 한 그릇의 밥을 주는 것 때문에 무슨 해라도 당할까 걱정하며 냉담하게 대한 이들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후지와라> 교수는 그런 것들보다는 작은 사랑과 친절을 베푼 이들을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며 감사하였다.
감사라는 것은 몸에 베어 있어야 한다. 큰 일에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성경말씀에 "항상 감사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기뻐하라"고 하였다.
오늘은 삼일절이다. 일본이 아세아를 점령하기 위해 한국을 강점하였을 때에 민주를 갈망하는 민초들이 일어나 일제히 만세를 부르며 일본에 항거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는 애국과 애족과는 다르다.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는 언제나 이웃 민족과 국가에 해를 끼친다. 그러나 나라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애국과 애족은 국가를 위해,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주님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였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하였다. 사랑이 있어야 복음도 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