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입대한 아들의 첫 편지를 보고.....

나는왕자 2008. 2. 22. 16:44

입대한 아들의 첫 편지를 보고.....

며칠 전 우리 집 아들 이삭이가 군에 입대를 하였다. 입대하는 날,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친구들과 같이 GPS의 안내를 따라 부대를 찾아 갔다. 부대 주변에서 함께 온 친구들과 식사를 하고 부대로 들어갔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로 붐비고 있었다.

 

나처럼 입대하는 아들을 데리고 온 부모를 비롯해서, 한 번이라도 더 보겠다고 마지막까지 따라 나서는 부모와 친척, 안쓰러운 마음 때문이겠지만 계속 눈물을 흘리시는 할머니인 듯 한 어르신, 건강하게 복무하고 돌아오라며 손짓하는 친구들과 애인 등. 그날 입대하는 장병들이 2,000명이라고 했으니 가족과 친구들까지 1만 명은 족히 모였으리라 생각한다.

 

연병장 한 쪽에서 함께 입대하게 된 교회 친구, 그리고 함께 환송하러 온 친구들과 둘러서서 손을 잡고 기도를 하고 들여보냈다.

 

입소환영식은 간단했다. 군악대의 연주가 있었고, 국민의례와 대대장의 환영사가 이어지고, 부모님께 대한 인사 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동했다.

 

엊그제는 입고 갔던 옷가지들과 첫 편지가 도착했고, 어제는 훈련부대에서 보낸 첫 편지가 왔다. 주일 오후에 보낸 편지였다. 그리고 부대장이 보낸 편지도 있었다. 자신도 아들을 둔 어머니라며 부모 마음으로 장병들을 돌보겠다는 편지였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군복을 입은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대에서 옷이 오는 날, 많은 어머니들이 옷을 안고 울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이삭이 엄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입대하는 날은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는데, 옷이 왔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인터넷에 사진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더니 아들의 사진을 보고는 “이삭아, 이삭아, 이삭아”라며 부르고 있었다. 대답이 있지 않을 줄을 알면서도 부르는 것이었다. 누나는 이삭이의 편지를 보고는 너무 ‘교과서적’이라며 웃었다. 하기는 신병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 전부일 것이고, 그것이 교과서적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삭이는 어릴 때, 무척 약했다. 바람만 불어도 넘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유치원 다닐 때는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울어대는 바람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2,3학년부터 살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비만(?)을 걱정하리만큼 튼튼해졌다. 교회 일이라면 열심히 해서 좋으면서도 가끔은 꾸중을 했다. 그런데 어느 새 자라서 군대에 갈만큼 장성했다. 입대를 며칠 앞둔 어느 날부터 옆자리에 같이 누워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잤다. 건강하게 자라 준 것이 감사하고, 이것저것을 생각하고 걱정을 하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대견스럽기도 하였다. 부대에서 옷이 온 것을 보니 ‘이제 군인이구나.’ 안심이 된다.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건강하게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입대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엄마가 이것저것이 걱정이 되는 듯, 군대에 가지도 않은 아들을 보며 물었다. 군에 가보지도 않은 아들은 얼마나 난처했을까. 대답을 할 수도 없고, 대답을 안 할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군대에 나가는 아들을 가진 부모들의 공통된 걱정은 ‘고생하지는 않을까!’라는 것이다. ‘잠자리 걱정’, ‘먹을 것 걱정’, ‘입을 것 걱정’을 한다. 사실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인데도 부모이기 때문에 걱정을 하게 되고, 아들의 옷가지와 첫 편지를 받아 들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입대하는 날, “너는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고 했던 성경 말씀을 새기라고 하였다.

 

새로운 사령관으로 취임을 하는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의 가나안 진군을 생각할 때, 입맛도 떨어지고 잠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때로는 멍하니 시선을 엉뚱한 곳에 고정을 시켰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때 필요했던 말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었고, “담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군 생활 2년 동안의 시간을 네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시간을 사지 않는 사람은 허비할 수밖에 없다. 준비된 사람은 자심감을 가질 수 있다.